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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골은 산을 넘어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명정샘이 있는 마을인데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새악시들 가운데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백석 ‘통영2’중 두 번째 통영입니다. 몇 년 전엔 막연히 운전대만 잡았던 길이었습니다. 통영이 삼도수군통제영에서 비롯된 이름인 지도 몰랐고, 유치환과 박경리의 고향인 지도 몰랐습니다. 희미한 시인 백석의 통영을 꿀빵과 충무김밥과 동피랑 벽화마을로 스쳤던 추억이었죠. 칠순이 넘은 두 분 노인과 시집 안 간 누이와 오직 질풍노도인 딸이 함께 합니다. 이번 통영행은 그저 운전대만으로는 어림없는 책임감도 함께 합니다. 이리저리 숙소를 알아보다가 에어비엔비를 통해 민박을 하나 예약했습니다. 마음씨 좋은 주인이 직접 만든 하얗고 뽀송한 침구도 좋고, 무엇보다 관광지나 음식점에 꼼꼼하지 못했던 제 준비를 기꺼이 대신해 주어서 고맙습니다. 중앙시장에서 참돔 한 마리를 떠 오는 길에 딸내미를 시켜 마당에서 깻잎을 따게 했던 것도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책도 한 권 미리 들춰봅니다. 군산이든 부여든 일전에 찾아보았던 것은 개인 관광을 수집해 만든 것이었다면, 『통영을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 예술 기행』은 통영을 살아내고 있거나 살아냈던 예인들의 흔적을 채록한 것입니다.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12공방의 장인들,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가 필연처럼 빚어낸 통영의 작가들, 그리고 통영을 노래하는 예술인들. 그중에도 학창 시절 독서의 경험으로 각인된 작가들이 유독 새삼스럽습니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유치환 ‘행복’중 우리네 학창 시절 연모가 깃든 여린 마음이면 누구든 유치환의 ‘행복’에 일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유치환은 통영 우체국에서 시조시인 이영도를 그리며 이 ‘불온한(?)’ 시를 썼습니다. 저는 ‘행복’의 두 번째 연을 제일 좋아합니다. ‘사랑받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다는 시인의 유명한 인고는 대중 잡지처럼 통속적 때가 묻기 마련이지만, 먼 고향으로 그리운 사람에게 보내는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은 여전히 슬프고 즐겁고 다정합니다. 게다가 우체국에 와서 사연을 보내는 순간만큼은 그 다사다난했던 심정과 달리 ‘족’한 마음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보편적이고 감동적인 행복의 모습이 아닐까요 지난주까지는 평균 40도를 육박하는 더위였습니다. 이번 주 35도 오락가락의 더위였다고는 해도 소나기 소식과 바다의 습도가 겹쳐서인지 통영의 예술기행은 그저 마음으로만 좇습니다. 여기 어디쯤 명정샘 우물이 있어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사내는 통영의 한 여인을 그리며 시를 읊었을 것입니다. 고향을 떠난 한 여인은 고향을 그리워하며 통영항을 등지는 한 집안의 몰락을 이리도 담담하게 적었을 것입니다. 여객선이 고한다. 멀어져 가는 얼굴들, 가스등, 고함소리, 통영 항구에 어둠의 장막이 천천히 내려진다. 갑판 난간에 달맞이꽃처럼 하얀 용혜의 얼굴이 있고, 물기 찬 공기 속에 용빈의 소리 없는 통곡이 있었다. 봄은 멀지 않았는데, 바람은 살을 에일 듯 차다.- 박경리 『김약국의 딸들』중 세세한 내용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지만 『김약국의 딸들』이 묘사한 서늘한 몰락의 ‘충격’은 뚜렷한 편입니다. 아직 겪지 못했지만 세파의 본질이란 어쩌면 개인의 위력(爲力)을 넘어서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들었던 듯도 싶습니다. 박경리의 묘소가 있는 기념관을 들르기 전, 한려수도가 내다보이는 카페에서 빙수가 섞인 음료로 더위를 식혔습니다. 불현듯 편지를 부치러 오는 사람들의 생각이 유치환의 눈에 어찌하여 ‘족’한 것으로 보였을까 궁금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뚫고 종이 위에 글자로 현상된 순간만은 아직 오지 않을 미래의 순간까지 정연하게 정리된 순간이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아니면 덧없이 외로운 마음 옆에 더없이 너르고 풍족한 바다와 바람이 기꺼이 함께 해주었기 때문일까요 할아버지와 손녀가 창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언덕 아래로 솟아 오른 듯 바다가 보입니다. 왠지 시리고 짠합니다. 이 순간의 기억은 어디에 남는 것일까요? 가족이 함께 하는 것만이 좋은 할아버지의 고된 잠과, 생일날 친구들과 ‘오구작작’ 떠드는 딸의 파자마 파티 속에서, 저는 사진 한 장에 ‘족’한 얼굴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을 총총 남기고 있습니다.
박경리, 김춘수, 윤이상, 전혁림, 백석, 이중섭 등 최고의 예술가들이 사랑한 바다의 땅 통영그들과 함께 걷는 예술가의 길 통영 사람에게는 예술의 DNA가 흐릅니다. _ 소설가 박경리 그 잔잔한 바다, 그 푸른 물색, 가끔 파도가 칠 때도 그 파도 소리는 내게 음악으로 들렸고, 그 잔잔한 풀을 스쳐가는 초목을 스쳐가는 바람도 내게 음악으로 들렸습니다. _ 작곡가 윤이상 통영은 알면 알수록 놀라운 도시다. 아름다운 바다와 풍부한 자원, 음식문화를 갖고 있다. 또한 역사가 깊은 도시, 문화예술의 향기가 진한 도시다. 인구 15만 남짓의 작은 도시 통영에는 나라에서 지정한 중요무형문화재 종목만 아홉이다. 뿐만 아니라 시대를 대표하는 문인과 화가, 음악가의 흔적도 곳곳에 남아 있다. 박경리, 김춘수, 유치환, 백석, 윤이상, 전혁림, 이중섭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최고의 예술가들이 머물고 활동한 곳, 그리고 작품의 모티브가 된 아름다운 바다의 땅 통영. 그들이 사랑한 바다와 산, 그리고 골목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찾아내어 3년간의 연구와 조사 끝에 장인, 문학, 공연 세 가지 테마로 묶고, 직접 골목골목 발로 뛰어 코스로 엮었다. 통영을 여행하는 데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책으로, 이 책과 함께라면 통영 문화예술의 아름다운 흔적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프롤로그_ 통영의 길 위에는 사람, 예술, 그리고 이야기가 있다
첫 번째 길_장인지도 匠人之道
한양 사대부도 줄 서서 기다리게 만든
통영 장인의 솜씨
예로부터, 통영 장인들의 솜씨는
흘깃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바람이 일었다
12공방을 이어온 장인들
나전장 송방웅 / 나전장 박재성 / 나전장 김종량
갓일 정춘모 / 두석장 김극천 / 염장 조대용 / 소반장 추용호
소목장 김금철 / 섭패장 이금동 / 누비장 조성연
이야기와 함께 걷는 장인지도 코스1_통제영 옛길
이야기와 함께 걷는 장인지도 코스2_미륵도 장인 산책길
두 번째 길_문학지도 文學之道
통영, 자다가도 달려가고 싶은
문학의 바다
그때, 한국 문학의 거장들이
통영의 골목골목에 이야기를 숨겨 두었다
통영을 사랑한 작가들
청마 유치환 / 초정 김상옥 / 김용익 / 대여 김춘수
박경리 / 정운 이영도 / 정지용 / 백석
이야기와 함께 걷는 문학지도 코스1_박경리 길
이야기와 함께 걷는 문학지도 코스2_문학의 길
세 번째 길_공연지도 公演之道
아름다운 바다의 땅에서
태어난 음악과 공연
오늘도, 통영 바다에는 삶과 예술이 너울거리는
최고의 무대가 펼쳐진다
통영을 노래하는 예술인들
작곡가 윤이상 / 작곡가 정윤주 / 극단 벅수골 대표 장창석 / 승전무 한정자 / 승전무 엄옥자 / 통영오광대 김홍종 / 남해안별신굿 정영만
이야기와 함께 걷는 공연지도_공연의 길
에필로그_길은 소통이며 사유하는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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