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떠난다. 바다를 보기 위해서. 남편에게 쪽지 한 장을 남기고 떠난다. 그리고 무작정 걷는다. 땅 끝으로.... 이야기로 풀어내자면 매우 간단하거나 매우 길거나.... 아직 이 책을 덮고 난 후에도 어려움이 느껴진다. 내가 깊이 공감이 가지 않았던 것 같다. 혹은 딱 떨어지는 서사를 원했거나 줄거리가 좀 더 드라마틱하거나 쉬웠으면 하는 아쉬움 때문일지도... 내가 좀 더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면 다르게 읽힐 수도 있을 것 같다. 즉 에타가 이해될 것 같다. 작품 속 에타는 나이가 여든이 넘은, 이제 인생의 황혼이 지나고 있는 나이이기에... 때로는 내 인생의 사랑이든 추억이든 그 무엇이든 지난날을 가만히 떠올려보며 에타처럼 무작정 혼자 걷는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 사실 내게 지난날의 기억들은 달콤함보다는 쓴 기억이 더 많아서 잘 모르겠다. 여행이 고행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기에.. 그리고 지금까지 숱한 날들을 나는 일상에서 걷거나, 먹거나, 운전하거나 그 어떤 행동을 하면서도 지난 날들을 다시금 떠올렸다. 나의 나쁜 습관일테지. 언제부터인가 앞으로를 향한 마음보다는 과거에 얽매여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런 내가 답답하다. 잔잔하고 유려한 작품 이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큰 일에도 크게 동요되지 않음을 뜻하는 것 같다. 지난 날의 에타가 사랑에 가슴 앓고 뜨거웠던 마음이 노년의 그녀에게는 담담하게 느껴지는 추억으로 다가오듯 말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고, 인간이란 그런 존재일테지.
전 세계 19개국 수출! 주요 언론의 격찬마지막 장을 넘긴 뒤에도 오랫동안 꿈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든다. _라이브러리 저널 숨을 쉬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세요. 상실의 시간을 견뎌낸 인생에 바치는 헌사!운명적인 고리로 엮인 세 남녀의 인생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시적인 감수성으로 그려낸 엠마 후퍼의 장편소설 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가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엠마 후퍼는 솔로 앨범 [벌들의 웨이트리스(Waitress for the Bees)]를 발매한 캐나다 출신의 뮤지션이자 단편소설로 입지를 굳힌 작가로 에타와 오토와 러셀과 제임스 는 그녀의 장편 데뷔작이다.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19개국에 판권이 수출되었고, 출간과 동시에 주요 언론의 격찬을 받은 작품이다. 떠납니다. 바다를 본 적이 없어서 보러 가요. 걱정 말아요. 걸어갈 수 있어요. 잊지 않고 돌아오도록 할게요. (7쪽)어느 날 아침, 전직 교사인 여든 두 살의 에타는 서스캐처원 농장을 떠나 3,200킬로미터 떨어진 대서양을 향해 길을 나선다.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고 있지만 그토록 보고 싶었던 ‘바다’를 보기 위해. 에타가 왜 떠났는지를 이해하는 남편 오토는 빵을 굽거나 동물 조각상을 만들며 아내가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반면 옛 연인 러셀은 노련한 사냥꾼답게 에타를 찾아 나선다. 캐나다의 광활한 대지를 가로지르는 에타의 여정 사이로 세 인물의 유년기와 청년 시절이 교차하며, 이들이 품었던 미래에 대한 동경과 꿈, 청춘의 열망과 사랑, 전쟁의 참상과 가슴 아픈 상처가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인생의 피할 수 없는 고통과 그럼에도 지속되는 삶에 대한 열망을 가슴 저리게 그린 이 작품은 상실의 시간을 견뎌낸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오마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