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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성에 대하여


사회생물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쓴 아주 오래된 책이다. 원전이 1978년 출간되었으니 40년도 더 된 것이다. 나도 꽤 오래전에 이 책을 사서 읽고 난 뒤에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에 주목 했었는데, 집에 있는 책장들을 정리하면서 다시 꺼내서 읽게 되었다. 책 첫머리 추천서는 저자의 한국인 제자인 최재천 교수가 썼는데, 이 책이 저자에게 첫 퓰리처 상을 안겨주었고, 종교와 윤리를 포함한 인간의 모든 사회 행동은 결국 생물학적 현상이라는 이 책의 핵심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자신은 본문에서 이 책을 사회과학 이론이 자신과 가장 관련이 깊은 집단생물학 및 진화론이라는 자연과학과 접목되었을 때 나타날 심오한 결과들을 다룬 사색적인 에세이라 표현하고 있다. 우선 인간 조건에 대한 모든 진지한 고찰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본질적인 첫 번째 가설로 제시하는 것이 우리 뇌가 100억 개의 신경 세포로 이루어진 기계이고, 정신이 제한된 숫자의 화학 및 전기 반응의 총체적 활동이란 것이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그 어떤 종도 자신의 유전적 역사가 부과한 의무를 초월하는 다른 어떠한 목적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모든 종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폭넓은 발전 가능성을 보유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종은 자신이 직접 접하고 있는 환경이나 자신의 분자 구조가 자동으로 지시하는 진화의 방향을 넘어선 그 어떤 내재적 목적이나, 관리자가 내려 보내는 지침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뇌가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한다면 어떤 특정한 심미적 판단과 종교 신앙을 선택하는 능력도 그와 동일한 기계론적 과정을 통해 형성되어야만 한다고 언급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생물학과 사회과학을 통합한 사회생물학을 언급하면서 기존의 행동학과 심리학 지식 속에서 사회 조직에 관련된 주요 사실들을 추출해 내고, 그렇게 추출해 낸 사실들을 개체군 수준에서 탐구 되어 온 생태학 및 유전학의 토대 위에 재구성하여, 사회 집단이 진화를 통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해 왔는지 그 방법을 보여주고자 한다고 포문을 열고 있다. 물론 이러한 사회생물학은 대체로 사회성 생물 종들의 비교 연구를 토대로 하며, 기본적으로 모든 생물은 진화 실험의 산물이라고 언급한다. 즉, 수 백만 년에 걸쳐 유전자와 환경 사이에 이루어진 상호작용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유전적으로 결정되는가 하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질문 거리도 되지 않는다면서 진짜 문제는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이라 말한다. 특히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기본 특징들은 도저히 바꿀 수 없을 만큼 독특하지만 대체로 다른 포유동물의 특징, 특히 다른 영장류들을 망라해서 나온 특징들과 유사하다고 한다. 이를테면 청소년은 처음에는 어머니와 친밀한 관계를 통해, 그 후에는 점차 연령과 성별이 같은 아이들과 어울리는 장기간의 사회적 훈련을 거치는 것은 구대륙의 영장류, 대형 유인원들도 가지는 특징이라 언급한다. 공포로 인한 일그러짐, 웃음, 심지어 조소까지도 침팬지의 얼굴 표정과 인간의 표정이 동일하다는 것이다.사냥할 때 펼치는 지능적이고 협동적인 기동 작전, 고기 분배에 있어서 어떤 때는 수컷들이 고기를 잘라 수요자에게 나누어주기도 하는 이타주의를 비롯해, 도구를 사용하는 기술을 발명하고 남에게 전해주기도하는 침팬지를 보면서 인간 이외의 동물들에게도 어떤 행동이 문화적으로 전파되는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사회생물학 이론이 유전적으로 속박된 행동뿐 아니라 순수한 문화적 행동에도 적용될 수 있다면서, 인간의 사회적 행동의 유전적 진화가 대부분 문명이 발생하기 이전인 500만년 전, 인간 종이 비교적 이동성이 적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수렵 채집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던 시기에 일어났다고 말한다. 따라서 인간 사회생물학은 수렵 채집 사회와 가장 오래 지속되어 온 문자 이전 시대의 유목 및 농경 사회를 연구함으로써 직접적으로 검증 받을 수 있다면서 인류학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간다. 이를테면 근친상간을 기피하거나 여성이 부와 지위가 동등하거나 더 우월한 남성과 결혼하는 행위는 인간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적 동물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등장하는데, 사슴과 인간, 돼지, 양, 바다표범 등은 임신한 암컷에게 불리한 환경 조건이 형성될 때 딸의 출산율이 높아지고 수컷 태아의 사망률이 선택적으로 증가된다고 언급한다. 이것은 자연선택 이론에 따라 암컷들이 가장 건강할 때 수컷을 더 많이 낳아야 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기본적으로 모든 암컷은 짝짓기가 가능하지만 수컷은 몸집이 큰 것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상태가 좋으면 몸집이 큰 수컷 자손을 낳게 되고, 상태가 나빠질수록 암컷은 딸을 낳는 쪽으로 전환하게 된다는 말이다. 한편 인간의 유전자들은 하나의 형질을 규정하기보다는 어떤 형질의 배열을 발달시키는 능력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어떤 유형의 행동은 그 배열이 한정되어 있고, 그것은 혹독한 훈련을 통해서만 극복될 수 있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왼손잡이에 대한 것인데, 자신이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는 이미 생물학적으로 정해져 있지만 사회적 압력으로 오른손을 쓰게 한다면 오른손잡이로 전환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행위 자체는 유전자와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 창조되기 때문에 우리가 느끼고 생각하는 자유란 단지 자기 기만이 아닐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저자는 유전적 속박이 있고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의 수가 유한하기 때문에 실제로 나타날 수 있는 결과는 한정되어 있어서 자기 기만일 수 있다는 쪽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한다. 하지만 개인의 세세한 행동들을 단기적으로라도 예측하려면 상상을 초월하는 기술이 필요할 것이고, 그런 예측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어떤 지성을 지닌 존재의 능력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의 미래를 알고 운명을 포착하고 그런 의미에서 자유 의지를 제거할 수 있을 만큼 자신에 관한 지식을 충분히 획득할 수 있는 지적 정신이란 없다는 것이다.문화 역시 자체 동력으로 진화하는 초유기체가 아니라면서 오히려 문화적 변화는 사회적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무수한 인간들이 전개하는 독립적인 움직임의 통계적 산물이라 언급하고 있다. 물론 문화적 진화로 창조된 사회 환경이 결국 생물학적 자연선택의 길이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현대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모든 특징들은 수립 채집 사회나 초기 부족 국가 시기에 생물학적으로 의미 있는 기관들이 이상 발달하여 변형된 것이라면서, 민족주의와 인종주의는 단순한 부족주의가 문화적으로 양육되어 과잉 성장한 두 가지 예라고 말한다. 즉, 현대인의 사회적 행동은 인간 본성의 단순한 특징들이 이상 발달한 과잉 성장물들이 한데 모여 불규칙한 모자이크를 형성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유명한 인류학자인 마빈 해리스의 말을 빌어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커다란 종교적 혼란 중에는 고대 인류의 육식 습관과 직결된 것이 있다고 말한다. 농경으로 인구 밀도가 증가하자 사냥은 더 이상 충분한 육류를 제공하지 못했고, 특히 고대 멕시코 같은 곳은 대형 사냥감이 없었던 데다가 동물을 가축화 하는데도 실패하자 그곳에 문명을 건설했던 아즈텍인들은 인간 희생물을 먹음으로써 일부나마 만성적인 고기 부족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인도 역시 고기가 귀해지자 사제들이 동물을 죽이고 고기를 분배하는 희생 제의를 확립 시켰지만 이것도 계급 간 충돌 때문에 아예 동물 살해를 법으로 금지시키는 것으로 발전했다고 한다.또한 인간의 공격 행동이 종 특이성을 띠고 있다면서 같은 종의 구성원 사이에 일어나는 공격 행동들은 대부분 환경의 과밀화에 대한 응답이라 해석한다. 즉, 동물들은 생활사의 어떤 시기에 희소하거나 희소해지기 쉬운 필수품들에 대한 지배권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격성을 사용하였다는 말이다. 남성보다 여성이 공격성이 덜하다는 기질 차이는 포유동물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며, 문화는 이러한 남성과 여성의 신체 및 성격 차이를 보편적인 남성 지배 체제로 증폭시켜 왔다고 말한다. 또 흥미로운 언급 중 하나는 인간 여성이 발정기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발정기를 월경 주기 전체에 균등하게 분산시킨 이유는 그러한 형질이 결속을 촉진시키기 때문이라 한다. 유달리 빈번하게 행해지는 남녀의 성행위는 남녀의 결합을 확고하게 하는 주된 장치이며, 남성끼리의 공격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 인간 이외의 동물들은 암컷이 발정기에 다다름에 따라 수컷 사이의 적대감이 고조된다면서 말이다. 이렇게 인류의 유전적 역사를 짐작하게 해주는 것들은 모두 성적 활동이 일차적으로는 결합 장치로 간주하게 만들었고, 단지 부차적으로만 생식 수단으로 여겨져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면서, 동성애가 생물학적 의미에서 정상일 뿐 아니라, 초기 인류 사회 조직의 중요한 요소로서 진화해 온 독특한 자선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성애자가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고 해도 방계를 통해 동성애 유전자들이 증식할 가능성은 존재한다는 점도 지적한다.이어서 이타주의에 대한 이야기도 전개된다. 극단적인 희생 능력은 곤충에게도 있다면서 그 충동을 신성하거나 초월적인 것으로 규정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다. 부족과 국가에 헌신하는 이타적 행위를 포함하여 개인의 행동은 종종 매우 우회적인 방식으로 홀로 선 인간과 그 근친의 복지 향상이라는 다윈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해석한다. 마더 데레사의 헌신적인 구호 활동과 자기 희생 정신 역시 교회의 불멸성이라는 인식과 그리스도의 임무 안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언급한다. 신에 대한 이야기가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을 장식하고 있는데, 유일신 종교에서 신은 언제나 남성으로 가부장적 성향을 띠는 이유가 그 종교들이 유목민 사회에서 나왔기 때문이라 한다. 유목 사회는 이동성이 높고, 긴밀하게 조직되어 있고, 호전적이기도 하다면서 경제의 주요 토대인 유목 자체가 주로 남자들의 책임이었기에 가부장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우리 사회가 포유동물적 계획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계속 지적하고 있다. 즉, 개인은 우선 자신의 번식에 성공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이차적으로 가까운 친족들을 번식시키기 위해 애쓴다는 말이다. 그 다음에 마지못해 하는 협동은 집단 구성원의 이익을 향유하기 위한 타협을 의미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제는 각각의 문화가 인간 본성의 유전 법칙에 속박된 진화 궤도의 집합 가운데 어느 하나를 따라 나간다는 관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면서 이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자연 과학과 인문 사회 과학의 만남, 통섭은 이 책에서 비롯되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회성 동물들을 조사하러 어떤 다른 행성으로부터 날아 온 동물학자에게는 역사학, 문학, 인류학, 사회학은 물론, 법학, 경제학, 심지어 예술까지도 모두 인간이라는 영장류에 관한 사회 생물학에 불과하다. 생명애로 가득 찬 위대한 생물학자 에드워드 월슨이 성(性), 인종, 문화, 전쟁, 협력, 종교, 윤리 등 인간의 모든 사회적 행동과 본성에 대해 새로운 관점과 해석을 제시하며 통섭을 향한 기나긴 여정의 단초가 된 걸작!


추천의 말
저자 서문

1장 인간 본성의 딜레마
2장 유전적 진화
3장 준비된 학습
4장 문화적 진화
5장 공격성
6장 성(性)
7장 이타주의
8장 종교
9장 희망

옮긴이의 말
용어 해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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