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의 책은 거의 5년만이고, 달의 궁전, 신탁의 밤, 뉴욕 3부작에 이어 읽게 된 네번째 작품이다. 오랜만에 읽는만큼 폴 오스터 책 특유의 빽빽함(?)에 적응이 되지 않아서 초반에는 조금 힘들었는데, 읽다보니 그의 문체와 영화를 보는 듯 눈앞에 그려지는 표현력과 스토리에 푹 빠지고 말았다.비행기사고로 사랑하는 아내와 두 아들을 잃게 된 짐머는 삶에 대한 의욕을 상실한 채 하루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무성 코미디 영화 특집 방송을 보게 되고, 헥터 만이라는 배우와 운명적으로 조우한다. 자신에게 삶의 실낱같은 희망을 보여준 헥터 만의 모든 영화를 찾아보고, 「헥터 만의 무성 세계」라는 책을 집필하게 된다. 책을 발표하고 나서 얼마 뒤, 헥터 부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프리다 스펠링으로부터 편지를 받고 그의 삶은 또다른 국면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짐머의 이야기, 헥터의 영화이야기, 헥터의 숨겨진 인생이야기 들이 등장해서 한 권을 읽으면서도 여러권을 읽은 느낌이 드는 책이다. 특히 헥터 만의 영화를 설명하는 장면은 실제로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영화 한 장면 한 장면에 대한 묘사가 뛰어나다. 헥터의 숨겨진 영화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적인 삶」은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소설 자체가 짐머가 헥터 만이라는 배우와 얽히며 경험한 일을 기록한 자전적인 책이라는 설정이다. 하지만 헥터 만은 1929년에 행방불명 된 채로 일반 대중에게서 자취를 감추고 살아갔으며, 그 후에 제작된 영화와 그의 전기 등 관련된 자료가 모두 불 태워졌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사실인지 증명해줄 자료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책은 사실을 그린 책이면서도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를 기록한「환상의 책」이기도 하다.짐머는 결론적으로 헥터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인해 자신의 상처를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앨머가 어딘가에 숨겨 놓았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헥터의 미공개 영화들의 존재가 그에게 살아갈 희망을 제공한다.P.407 역사의 어느 순간에는 모든 것이 하루 만에 이울지만 오래 사는 사람은 누구나 살아서 죽는다. 삶을 헤쳐 나가는 동안 우리는 자신의 서너 가지 모습을 뒤에 남기는데 그 하나하나의 모습은 다른 모습과 다르다.우리는 과거라는 안개 너머로 다른 시대의 우리 초상들을 보듯 그 모습을 본다.
시, 소설, 에세이, 시나리오 등 거의 모든 문학 장르에서 문명을 떨치며 르네상스적인 작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 현대 문학의 총아 폴 오스터의 열 번째 장편 소설. 오스터의 최신작으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서 사라진 배우 헥터 만과 우연한 계기로 그의 과거와 현재를 추적해 가는 대학교수 데이비드 짐머의 파란으로 가득 찬 삶을 그리면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 평단으로부터 오스터 문학의 정점 이자 최고 라는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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