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의 사랑이야기 국영수를 중심으로 예습복습 철저히 이후로 이런 내용은 처음이다여튼 여주는 고문관으로 불리는 영심이를 빼닮은 국어선생,남주는 같은 학교의 체육 선생으로 자신과 쌍둥이 형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는 여조 때문에 오랫동안 짝사랑의 상흔을 갖고 있다.얼마전 버스에서 마주친 두사람의 연애담과옛사랑의 기억을 떨쳐내려는 남주의 모습이 인상적인 작품이다학교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나름 잼나게 읽었다
세상과 동떨어진 일상을 살아가는 현종고등학교 국어 고문관 구영신 선생.
어디서나 장난기를 주체 못하는 엉뚱발랄 철벽남 체육 담당 서승천 선생.
형과는 또 다른 엉뚱한 매력과 나 홀로 분위기를 고수하는 국어 담당 서승진 선생.
쌍둥이 형제 사이에서 마음을 잡지 못해 헤매 다니는 까칠하고 아름답고 이기적인 도시녀 신채연.
내 맘대로, 내 멋대로, 한 번 찍으면 물러섬 없는 돌진남 구영준.
옛사랑과의 이별에 대처하는 이들의 자세,
새로운 인연에의 마주함에서 오는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이다지도 사소한 사랑…….
<본문 중에서>
이제 곧 여름이 올 것이다. 아침부터 내리쬐는 볕은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었다. 겨우내 찬기가 다 빠져나간 뒤 녹아 내리 듯 흐느적거리고 있는 빛줄기가 여자의 등을 끊임없이 훑고 지나갔다. 곁을 지나쳐 달려 들어가는 학생들의 교복이 더워 보이는 것은 아직 봄임에도 불구하고 정오만 지나면 무섭게 솟구쳐 올라가는 기온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날이 풀리고, 꽃이 피고, 햇살이 강해지자 아이들 마음속에서도 덩달아 설렘이 들끓어 그리 보이는 것인지도.
그러나 여자의 눈은 그런 모습을 무심하게 지나치고 있었다. 달려 들어가는 아이들이 팔꿈치께를 스치고 지나가자 슬쩍 눈꼬리를 치켜 올렸을 뿐, 손에 들고 있는 납작한 가방을 추스르며 단정한 모습을 유지하는데 급급하다.
구영신. 그녀의 이름이다. 서른두 살의 적지 않은 나이를 가지고 있으며 현종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인 그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하늘에서 내린 천직이라고 스스로 믿어 의심치 않을 정도로 선생이란 직분에 뿌리 깊은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자신감 때문일까. 그녀의 모습은 대충 살펴보아도 세상과 친해지기 힘든 고문관 스타일이다.
유행이 한참 지난 감색 치마정장에 밋밋한 검정 구두, 두꺼운 렌즈를 자랑하는 갈색의 뿔테 안경을 착용한 겉모습은 선생님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본다고 해도 그다지 매력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매력이라니, 하다못해 남보다 나아보이는 장점이 한군데도 없어 보이는 그녀의 외모 아닌가. 파마기가 거의 풀려버린 머리를 하나로 촘촘히 땋아 목뒤로 드리운 모습이라거나 화장기 없는 창백한 얼굴, 무섭게 마른 몸, 아무리 점수를 후하게 준다고 해도 평범하다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다.
현종고등학교 국어 고문관 구영신 선생, 그것이 현재 그녀의 위치였던 것이다. (중략)
결국, 영신은 다음 정거장이 되자마자 내려야 했다. 아이들은 창가에 다닥다닥 붙어 그런 영신의 뒷모습을 뚫어지게 살펴보고 있었다. 물론 아이들의 관심은 그녀가 아닌 남자에게 쏠려 있겠지만.
남자 또한 영신을 따라 다음 역에서 내렸던 것이다,
이것 보세요! 왜 자꾸 따라다니는 거예요?
결국 참던 짜증이 터져버린 영신은 몇 걸음 걷지도 못하고 뒤를 돌아 빽 소리를 치고 말았다. 어디서든 처신을 잘해야 한다는 평소의 강박관념도 지금은 전혀 남아 있지 않았다. 남자는 짜증을 부리는 그녀를 쳐다보며 난감한 듯 이마를 만지작거리더니 옆구리에 끼고 있던 만화책을 내밀었다.
이거 가져가셔야지요.
이놈의 만화책! 영신은 신경질이 단단히 난 얼굴로 만화책을 쏘아보았다. 이것 때문에 아침부터 기분을 망치더니 결국 끝까지 되는 일이 없다 싶었던 것이다.
당신, 굉장히 할 일 없는 사람이네요. 이깟 만화책이 뭐라고 아까부터 사람을 졸졸 따라다닌 데요? 게다가 온갖 참견은 다 하고 있고 말이지. 누가 당신보고 우리 아이들이랑 말하라고 하던가요? 정말 나하고 아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그렇게 경우가 없어요?
네?
이리 주세요! 안 받았다간 남의 집 안방까지 쫓아올 사람이네.
영신은 만화책을 거칠게 채트려 가방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이번엔 택시를 타리라, 마음먹으며 지하철역을 빠져나왔다. 다행히 남자는 더 이상 뒤따라오지 않았다. 그만큼 말했으니 정신을 차린 거겠지, 중얼거리던 영신은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불 꺼진 쇼윈도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나, 아직은 매력이라는 게 남아 있는 걸까. (중략)
오늘부터 우리와 함께 하게 된 서승진 선생님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빨리 이 선생의 후임이 결정되었어요. 지금까지는 전주 목은 고등학교에 계셨는데 서울로 올라오시게 되어 우리 학교로 와주셨습니다. 모두들 인사하시고 앞으로 많이 도와들 주십시오.
영신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저 남자, 기막히게 온화한 모습으로 웃고 있는 저 남자는 며칠 전 버스에서 마주쳤던 문제의 ‘그 남자’가 아닌가. 쏟아질 듯 부릅뜬 눈으로 쳐다보고 있노라니 교감 선생님이 그런 영신의 속도 모른 채 다정히 말을 걸었다.
구영신 선생님. 선생님이 우리 서 선생님 맡으실 반과 시간표를 좀 알려주세요. 그리고 학교 안내도 좀 해주시고. 나는 오후에 오시기로 한 체육 선생님 때문에 바빠서.
네? 아, 아니 왜 제가…….
"어허, 오늘 한꺼번에 선생님들이 새로 오시니 정신이 없네."
다른 국어 선생들은 도대체 언제 빠져나간 것인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멍하니 서 있던 탓에 교감 선생님에게 잡힌 영신은 이맛살을 잔뜩 찌푸렸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일까. (중략)
노란색 줄이 양 옆으로 들어가 있는 짙은 청색 땀복에 에어가 깔린 유명 브랜드 운동화. 조금 전보다 더 짧아진 머리를 한 거무스름한 남자의 옆모습이 보였다. 옷차림은 틀리지만, 그리고 사소한 몇 몇 가지가 좀 틀리긴 하지만 저 사람은, 저 사람은 분명 서승진인데?
다른 때 같으면 부산하면서도 여유 있을 선생님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그 남자를 살피고 있었다. 하물며 교감선생님까지. 그리고는 문소리와 함께 승진이 들어서자 헉, 하는 소리가 나올 것 같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승진이 말했다.
정말로 왔네.
그리고 그 남자가 말했다. 승진을 향해. 아니,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적어도 영신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앗, 만화책!
그래, 저렇게 큰 소리를 지르며 손가락질을 할 생각은 원래는 없었을 거였다. 영신의 얼굴에 울상이 지어졌다. 교감선생님이 끼어들었다.
두 분, 싸, 쌍둥이시오?
네.
교무실이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제 이 일은 일파만파, 현종 고등학교를 후끈하게 달구며 발 빠르게 퍼져나갈 터였다.
그렇다. 세상엔 쌍둥이 선생님도 존재하는 것이다. 한 학교에 나란히 전근을 오는 그런 믿지 못할 쌍둥이 선생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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